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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만 대를 잇는다고 생각하는 엄마
    카테고리 없음 2022. 7. 8. 23:28

    아들만 대를 잇는다고 생각하는 엄마
    저는 별로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보통의 딸입니다.
    해외생활을 오래하고 한국에 잠시 아이와 같이 친정에 와있어요.
    평소에는 엄마와 여행도 하고 친구처럼 잘 지내는데, 간혹 제 위에 있는 오빠얘기를 할때면 달라지는 엄마태도에 이 나이 먹도록 적응이 안되서,,,
    제가 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지..아니면 저 차별 받은 게 맞는지 궁금해서요.

    제 성격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참고만 있는 성격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자잘한 아들딸 차별이 있으면 항의하듯이 따지고 그랬어요.
    예를들면,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반찬은 모두 오빠 앞쪽. 매일 식사때마다 따지다가 결국엔 포기했구요. (이런 인간의 기본 의식주 관련해서 차별 받으면,,,쪼잔한 것 같지만 엄청 서럽습니다..ㅜㅜ)
    오빠가 대학생이 되어 다른지역으로 가게되면서 온전한 대우를 받아보면서..그동안 받았던 자잘한 차별들을 잊고 살게됐어요.
    그러니깐 제가 고딩이 되면서 오빠가 대학생이 되었고, 제가 대학생이 되었을 땐 오빠가 군대에 가게 됐고요.
    그리고 저는 대학교 졸업을 하고 그렇게 염원하던 해외유학도 가게 되었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것도 있지만, 물론 부모님 도움이 컸구요. 고딩때부터 아들,딸 차별을 못 느끼게 된지라...저는 부모님께서 오히려 유학까지 도와주시는 딸래미를 더 이뻐한다는 착각을 느끼면서 ...예전(고딩 전까지) 느꼈던 자잘한 차별들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유학가서 그 나라에서 직장까지 구해서 살게되었고, 현지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해서 아이도 낳게되었어요.
    그리고 육아휴직을 쓰게되면서 친정에 오게됐는데...이때부터 다시 고딩이전의 아들딸 차별을 경험하게되었어요.

    한번은, 엄마와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엄마께서 지나가는 말로, (엄마는 기억 못하실지도) 혹 나중에 유산관련해서 만에 하나라도 절대 권리 주장하지 말고 오빠한테 싹 몰아주라고요.
    그래야 제가 한국에 가끔 와도 편하게 있을 수 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유산이야기가 너무 처음이고, 낯설어서 "어...당연하지" 하고 그냥 넘겼어요.
    그래도 매년 휴가때마다 한국들어오는 저를 너무 잘해주시는 엄마께 감사한 마음이 더 컸기때문에 그럴 수 있다..당연하다 생각했구요.

    그런데 제가 아이 엄마가 되고보니깐 이상해보이기 시작했어요.
    물론 아직 하나만 낳아봐서..엄마의 더 복잡한 감정을 알순 없지만..
    이렇게 고생스럽게 배 아파 낳은 아인데 똑같이 이쁠텐데 어떻게 저 아이한텐 더 주고 다른 아이한텐 덜 주고 싶을까...
    또 제가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친구들중에 딸래미 있는 집보면 여러모로 부러운 점이 많았는데, 저희 엄마는 그래도 아들이 더 든든하다고 말씀하시죠.

    암튼, 저희 오빠도 결혼을 했고 첫째 아이가 태어났고 둘째도 이제 곧 태어나요.
    첫째는 아들이고 곧 태어날 둘째는 딸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딸이 너무 가지고 싶었기에 조카가 딸래미라고 하니깐 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저희 엄마는 좀 떨떠름해 하시는거예요. 이유는, 저희 첫째조카가 또래에 비해 좀 몸도 약하게 태어났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또래보다 조금 발달이 더디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둘째도 아들이길 내심 바라셨나봐요.
    저희 오빠가 열심히 사업을 하는데 그 사업을 아들한테 물려주고 싶다고 그런의지로 더 열심히 일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첫째조카가 빠릿빠릿하지 않아서 사업을 잇는게 불안하면 곧 태어날 둘째 조카(딸)가 엄청 빠릿빠릿한 애가 나올 수 있지않냐. 첫째가 사업을 안 잇는다고 하면 둘째가 이으면 되지라고 말하니깐 저희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이 " 걔는 딸이잖아. 그건 달라" 이러시더라구요.
    여기서 제 머리에 큰 종이 울렸습니다...
    이건 뭐지...나도 딸인데...딸은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좋다고 한들 출가외인이라 안된다는거구나...?
    같은 출가외인끼리 너무하네 헐. 이런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저희 엄마 나름 공부도 많이 하시고 저는 신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확인사살해주니깐 막 배신당한 느낌마저 들고,
    저는 그럼 저희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게 좋을까? 별별 생각이 쓸데 없이 많아지더라구요.
    제가 화가나는게 나쁜건가요 , 물론 저희 오빠가 정말 똑똑하고 출중하긴해요. 거기에 비하면 저는 오빠만큼 그리 든든한 자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화가 불끈나는데..
    제가 그동안 정말 별 믿음을 못줬구나 , 제가 못나서 딸들은 이정도까지야...라고만 생각하시는건지
    아니면 그냥 저희 엄마가 제 넷타지와는 다르게 그냥 구시대 가부장적인 사상으로 똘똘뭉친 신여성인척 하시는 분인지,,,
    헷갈리고 화가납니다.

    이 밤에 주절주절 서두없이 떠들었네요 ㅠㅠ
    긴글 읽어봐주셔서 감사하고, 혹 저와 비슷한 감정 느끼신 분들 있다면 감정공유해주세요.
    아, 그리고 제가 더 화가나는 이유는...
    제가 오랜 해외생활 끝에 최근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다시 한국에 (친정부모님과 같은 동네에) 들어와서 살려고 준비중이거든요.
    부모님도 나이가 많이드셔서 예전같지 않아서 도움이 많이 필요하시기에 그동안 못한 효도도 하고 부모님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싶은 이런 꿈을 꾸고 있었기에
    저희 엄마가 '딸'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에 좀 배신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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